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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차 ]
현대 사회에서 반려동물은 단순한 '애완'의 개념을 넘어 가족, 친구, 혹은 인생의 동반자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시대적 흐름 속에서, 인간과 반려동물 간의 깊은 정서적 유대감을 조명한 뮤지컬 <개와 고양이의 시간>은 관객에게 따뜻한 울림을 선사하는 작품입니다. 이 글에서는 이 작품을 보다 깊이 이해할 수 있도록 작품의 개요와 창작 배경, 주요 캐릭터 및 줄거리, 작품이 담고 있는 메시지와 관람 포인트의 세 가지 주제로 나누어 소개합니다.
작품 개요 및 창작 배경: 새로운 시선의 창작 뮤지컬
뮤지컬 <개와 고양이의 시간>은 2022년 초연된 이후, 섬세한 감정선과 참신한 시각으로 관객과 평단의 호평을 받은 창작 뮤지컬입니다. '반려동물'이라는 대중적인 소재를 기반으로 하면서도, 단순한 감동 코드에 그치지 않고 인간과 동물의 입장을 교차해 철학적 질문을 던지는 것이 이 작품의 가장 큰 특징입니다.
기획의도
제작진은 “반려동물을 통해 인간의 삶을 다시 조명하고 싶었다”고 밝혔습니다. 인간의 시선이 아닌 반려동물의 시선에서 바라본 인간 세상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뮤지컬이라는 형식을 통해 감각적으로 풀어낸 것이 <개와 고양이의 시간>입니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고립과 외로움을 해소하기 위해 반려동물을 찾는 이들이 많아진 시대적 배경도 이 작품의 탄생에 영향을 주었습니다. 반려동물은 말은 하지 못하지만, 많은 것을 '느끼고' '공감하는' 존재라는 점에서 이 작품은 감정적으로도 깊은 공명을 이끌어냅니다.
제작진 정보
작/연출: 조민형
음악감독: 김현두
프로듀서: 문성은
제작: (주)라이브
이처럼 탄탄한 창작진과 프로덕션이 모여 완성한 <개와 고양이의 시간>은 단순한 가족극을 넘어 인간 존재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는 성숙한 뮤지컬로 자리잡았습니다.
독창적인 세계관 설정
이 작품은 하나의 공간(은영의 집) 안에서 인간, 개, 고양이의 시간대와 감각이 서로 다르게 흐른다는 설정을 도입하여, 관객이 보다 입체적으로 극을 체험하도록 구성되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사람이 느끼는 1시간은 멍이에게는 하루처럼, 냥이에게는 그보다 더 긴 혹은 짧은 감각일 수 있습니다. 이 ‘시간의 차이’는 단순한 연출 기법을 넘어 인간과 동물의 인지 차이를 시각화하고자 한 시도입니다.
제작진의 철학적 접근
연출을 맡은 조민형은 “우리는 반려동물을 키운다고 생각하지만, 실은 그들과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우고 있는 중”이라며 작품의 철학을 밝힌 바 있습니다. 단지 ‘귀엽고 예쁜’ 반려동물이 아닌, 감정을 가진 존재로서의 개와 고양이를 대하며, 인간과 대등한 존재로 조명하고자 한 점이 인상적입니다.
음악감독 김현두 역시 작품의 전반적인 정서를 지탱하는 데 있어 음악의 힘을 강조했습니다. 그는 “멍이의 주제는 단순하고 명료한 선율을 통해 무조건적인 사랑을 표현하려 했고, 냥이의 테마는 복잡한 화성과 조율을 통해 독립성과 내면의 상처를 드러냈다”고 밝혔습니다.
무대 구성 및 의상
무대는 최소한의 소품과 추상적인 공간 연출을 통해 다양한 시간대를 표현합니다. 벽시계, 창밖 풍경, 계절을 암시하는 조명 등으로 시간의 흐름을 상징화했고, 반려동물 캐릭터는 실제 동물 분장보다는 의상과 안무로 특징을 표현하여 환상성과 연극성을 동시에 살렸습니다.
멍이는 밝은 갈색 톤의 의상과 부드러운 동작으로 표현되며, 냥이는 회색 계열과 날카로운 라인, 민첩한 움직임으로 대비를 줍니다. 배우의 동작과 몸짓만으로도 각각의 종(種)이 가진 본능적 특성이 잘 표현됩니다.
창작 뮤지컬로서의 의의
상업 뮤지컬계에서는 해외 라이선스 작품이 안정적인 수익을 보장하는 반면, 창작 뮤지컬은 흥행을 예측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와 고양이의 시간>은 초연 당시 전석 매진과 SNS를 통한 입소문 마케팅으로 인기를 끌었고, 현재는 재공연 및 지역 순회 계획까지 수립되어 있습니다.
이는 단순한 흥행 성공을 넘어서, 국내 창작진의 역량과 관객의 눈높이가 성숙해졌다는 방증이기도 합니다.
주요 등장인물과 줄거리: 한 집, 두 시선
<개와 고양이의 시간>은 ‘개’와 ‘고양이’라는 두 동물의 시선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독특한 구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작품의 재미는 같은 상황을 전혀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는 두 동물의 해석 차이에 있습니다.
등장인물
멍이: 인간 가족을 사랑하고 순종적인 성향의 개. 사람에게 충성심을 보이며, 인간과의 정서적 교류를 중요시함.
냥이: 독립적인 성격을 지닌 고양이. 인간을 도구적으로 보는 경향도 있지만, 내면에는 상처와 애정이 공존함.
은영: 멍이와 냥이를 키우는 30대 여성. 혼자 살아가는 도시인으로, 반려동물과의 일상에서 위로를 얻음.
현수: 은영의 연인. 동물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냥이와 갈등을 겪음.
줄거리 요약
서울의 작은 아파트에서 혼자 살아가는 은영은 우연히 구조한 강아지 ‘멍이’와 길에서 데려온 고양이 ‘냥이’를 함께 키우고 있습니다. 멍이는 인간을 무조건적으로 사랑하며 은영에게 헌신적이지만, 냥이는 경계심이 많고 때로는 인간을 불신합니다.
어느 날 은영의 연인 현수가 자주 집에 들르기 시작하면서, 집 안의 균형이 흔들립니다. 현수는 냥이를 불편해하고, 냥이 역시 그를 경계하며 충돌이 잦아집니다. 반면 멍이는 그런 현수를 따르며 오히려 냥이와의 갈등이 깊어집니다.
이런 와중에 은영은 직장 문제와 가족 문제로 점차 지쳐가고, 반려동물들과의 교감도 예전 같지 않게 됩니다. 그러던 중 사고로 인해 은영이 쓰러지고, 멍이와 냥이는 처음으로 서로를 이해하려는 시도를 시작합니다.
극 후반부에서는 인간의 시간과는 다른 속도로 흐르는 '개와 고양이의 시간'을 통해, 관객은 반려동물이 느끼는 사랑, 상실, 기다림의 감정을 체험하게 됩니다. 뮤지컬은 감정적으로 절정에 이르며, 각 인물들이 서로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과정을 통해 마무리됩니다.
멍이의 내면
멍이는 흔히 생각하는 ‘착하고 순한 강아지’ 이미지에 머무르지 않습니다. 그는 은영의 모든 것을 사랑하지만, 그 사랑이 때로는 고통이 되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은영이 자신에게 화를 낼 때조차 ‘내가 뭘 잘못했는지’ 알 수 없어 괴로워하며, 무조건적인 충성을 보이는 모습은 인간 관계에서의 희생적인 사랑을 은유합니다.
또한, 멍이는 은영의 연인인 현수를 처음에는 경계하지 않지만, 점점 냥이와의 갈등 속에서 갈등의 매개체로 자리잡는 현수를 바라보며 내적 혼란을 겪습니다. 그의 ‘좋은 개’로서의 정체성이 흔들리는 지점은 이 작품이 단순히 동물극이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냥이의 트라우마
냥이는 초반부터 냉소적인 태도를 보이며 관객에게 거리감을 줍니다. 그러나 작품이 진행되면서 그녀 역시 사랑을 원하고 있었음을 암시하는 장면들이 등장합니다. 특히 과거에 겪었던 유기 경험이나, 다른 집에서 학대를 당한 경험을 내레이션 형식으로 고백하는 장면은 관객에게 큰 울림을 줍니다.
그녀는 인간을 믿지 않기 때문에 은영에게조차 마음을 열지 않으려 하지만, 멍이의 순수한 행동에 조금씩 마음을 흔들립니다. 특히 은영이 아프고, 멍이가 동요하는 상황에서 냥이가 보여주는 돌봄의 태도는 단순한 종의 본능을 넘어선 '감정의 진화'를 보여줍니다.
은영과 현수의 관계
은영은 외적으로는 강하고 자립적인 30대 여성이지만, 내면에는 외로움과 불안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멍이와 냥이는 그런 그녀의 일상에서 유일한 위안이자 위로의 존재입니다. 그러나 직장 내 스트레스와 가족 문제, 인간관계의 갈등 속에서 은영은 점점 무너져가고, 그 틈에 현수가 들어오게 됩니다.
현수는 처음에는 좋은 사람처럼 보이지만, 동물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냥이와 갈등을 빚고, 은영에게도 일방적인 방식으로 감정을 표현합니다. 이 갈등은 단순한 연인과 반려동물의 다툼이 아닌, ‘다름’과 ‘공존’이라는 작품의 주제를 상징하는 구조입니다.
메시지와 관람 포인트: 반려의 의미를 되새기는 시간
뮤지컬 <개와 고양이의 시간>은 단순한 동물극이 아닙니다. 인간과 동물의 관계를 매개로 하여, 우리가 진정으로 '함께 살아간다'는 것의 의미를 되묻는 깊은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인간과 반려동물의 관계 재해석
이 작품은 “우리가 반려동물을 키우는 것인지, 아니면 반려동물이 우리를 지켜주고 있는 것인지”라는 질문을 끊임없이 제기합니다. 멍이와 냥이의 시점을 통해 보여지는 인간의 모습은 때로는 이기적이고 무책임하기도 하지만, 동시에 외롭고 사랑받고 싶어하는 존재이기도 합니다.
반려동물은 말을 할 수 없지만, 그들이 보내는 눈빛과 행동 하나하나는 인간보다 더 진심을 담고 있습니다. 이 작품은 그런 '말 없는 감정의 언어'를 무대 위에서 음악과 연기를 통해 오롯이 전달하고 있습니다.
음악과 무대연출의 조화
<개와 고양이의 시간>의 가장 큰 강점 중 하나는 음악과 무대연출의 조화입니다. 개와 고양이의 움직임을 세밀하게 표현한 안무, 인간과 동물의 시공간을 교차시키는 조명과 무대 전환 등은 관객의 몰입도를 극대화합니다.
특히 멍이의 테마곡은 인간에 대한 사랑과 충성심을, 냥이의 솔로 넘버는 고독과 상처를 표현하며 캐릭터에 깊이를 더합니다. 전체적으로 감성적이면서도 유머를 잃지 않는 구성이 돋보이며, 관객의 감정을 부드럽게 끌어올립니다.
가족과 함께 보기 좋은 공연
이 작품은 전 연령층이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을 담고 있어, 가족 단위의 관람객에게도 큰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아이들에게는 생명의 소중함과 공감 능력을, 성인에게는 삶의 고단함 속에서도 사랑을 나누는 방법을 보여주는 교육적·감성적 공연이라 할 수 있습니다.
마무리: 당신의 반려동물은 지금 어떤 시간을 보내고 있을까요?
뮤지컬 <개와 고양이의 시간>은 단순히 감동을 유도하는 작품을 넘어서, 우리가 그동안 당연히 여겨왔던 '반려'라는 개념을 다시금 생각하게 만듭니다. 우리가 반려동물과 함께 보내는 그 모든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 그리고 그 시간 속에서 우리 자신이 얼마나 많은 위로를 받고 있었는지를 돌아보게 합니다.
만약 당신이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다면, 혹은 과거에 키운 경험이 있다면, 이 뮤지컬은 더욱 큰 울림으로 다가올 것입니다. 공연장을 나서는 순간, 문득 집에 있는 '그 친구'의 눈빛이 떠오를지도 모릅니다.
'시간'에 대한 은유
제목에서부터 드러나는 '시간'은 단순한 시계적 개념이 아니라, 각 존재가 느끼는 인생의 흐름 그 자체를 의미합니다. 멍이에게 하루는 영겁 같고, 냥이에게는 하나의 계절처럼 흘러갑니다. 이런 감각의 차이는 공연 중 다양한 장치로 표현되며, 우리가 얼마나 서로 다른 시간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지를 체감하게 합니다.
관객은 공연을 보며 문득 “내 반려동물은 지금 나를 어떻게 기억하고 있을까?”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게 됩니다. 이러한 메시지는 공연이 끝난 후에도 오래도록 여운을 남기며, 단순한 ‘공연 관람’ 이상의 체험으로 승화됩니다.
생명의 가치를 다룬 대사와 넘버
작품 속 주요 넘버 중 하나인 ‘그 시간 속에 너는’은 냥이가 멍이에게 처음으로 마음을 여는 장면에서 등장하는 곡으로, 서로 다른 존재들이 공유한 짧지만 깊은 순간을 회상하는 가사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또한 은영이 멍이에게 사과하는 장면에서 불리는 ‘내가 미안해’는 인간이 때로는 동물에게조차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지 못한다는 현실을 드러내며, 많은 관객의 눈물을 자아냅니다.
이러한 음악은 캐릭터의 감정뿐 아니라, 관객의 감정선을 정교하게 조율하여 공연의 몰입감을 극대화합니다.
관객과의 정서적 교감
이 작품은 특히 반려동물을 키우는 관객에게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킵니다. 자신이 경험했던 일상, 후회, 기쁨, 그리움이 고스란히 무대 위에 투영되며, 관람 중간중간 객석에서 훌쩍이는 소리를 들을 수 있을 정도입니다.
또한 반려동물을 키우지 않는 관객에게도 이 작품은 감정의 보편성을 제시합니다. ‘나와 다른 존재를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라는 질문은 인간관계에서도 유효하며, 부모-자식, 연인, 친구 사이에도 적용될 수 있는 보편적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공연 정보 요약]
공연명: 뮤지컬 <개와 고양이의 시간>
장르: 창작 뮤지컬
공연 기간: 2025년 5월 ~ 7월 예정
공연 장소: 대학로 자유극장 외 순회 공연 예정
러닝타임: 약 100분
관람 연령: 8세 이상 관람가
공연 일정이나 예매처 등 자세한 정보는 공식 SNS 및 티켓 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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